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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중국에 의존하는 크루즈 관광은 실효성이 있을까?

by 신바각바 2025. 5. 9.

【김헌식의 인문 특강】중국에 의존하는 크루즈 관광은 실효성이 있을까?

  •  서산시대
  •  승인 2025.04.24 18:36

관광 콘텐츠의 다변화를 위한 글로벌 맞춤 전략 필요

김헌식 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애초에 대산항과 산둥성 웨이하이 시를 연결하는 여객로는 많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고려시대 이후로 대륙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린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서산은 바닷길과 함께 흥망성세를 함께 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륙이 열리면서 대산석유화학단지는 물론이고 대산항도 무역항으로서 활성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크루즈선이 입항을 하게 되면서 더욱 기대감을 갖게 했다.

 

대표적인 해운·관광 융합산업으로 불리는 크루즈는 최근 방한 관광객의 수도권 편중과 연안 지역 소멸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한다. 대형 크루즈(17만 톤급 이상) 1회 기항으로 4~5천 명 규모의 관광객을 한 번에 국내 연안 지역으로 유치한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높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다. 여기에 대형 크루즈선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소형 크루즈선(2만 톤 이하, 승객정원 200명 이하)을 활용하는 경우 관광객에게 특색있는 지역 콘텐츠 등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하는 가운데 고가(1 1 $1,500 이상)의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효율성이 클 수도 있다. 대륙의 여행객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것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잠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크루즈 여행의 한계는 간편 결제교통편의기항지 편의 시설체류 시간관광자원 등의 미비를 꼽게 된다서산의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특정 국가 예컨대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다가 대산항의 명칭을 서산항으로 교체하는 것이 대안인 것처럼 특정 한다는 것이다외국인의 관점에서 서산이나 대산이나 오십보 백보에 불과한데 말이다.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의 경제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비단 크루즈 관광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경제조사팀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를 방문한 크루즈 관광객은 2024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외국인 관광객(109 4000) 33% 수준인 36만 명이었다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3명이 크루즈 관광객이었다특히 전체 크루즈 관광객 36만 명 가운데 82%는 중국인이었다이는 전체 중국인 관광객(81 8000) 36% 정도에 해당했다제주를 방문한 크루즈 관광객의 1인당 지출 경비는 개별 관광객(693달러) 27% 수준에 이르는 188달러였다지출 항목을 보면 쇼핑 56%, 식음료비(주로 간식류) 27% 등이었다더구나 체류 시간은 8시간에 불과했다특히 신용카드 데이터 분석 자료를 보면, 중국 관광객의 제주지역 면세점 카드소비 금액은 2019 9330 5400만원이었는데 2023 116 4100만원으로 이는 80% 가까이 줄어든 액수였다. 중국 경기 침체로 해외 여행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더구나 미중 갈등은 단기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쉽게 해소되기도 힘들다. 아울러 일본 관광객의 소비액이 크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1인 평균 지출 비용은 2020 101.9달러, 2021 149.7달러, 2022 302.9달러로 늘었고 중국 관광객 지출은 2020년에는 118.8달러로 일본 관광객보다 많았는데, 2021 101.2달러로 급격히 감소한 이후 2022(301.7달러)까지 내려앉았다. 2024년 일본 내각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56.3%는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2019(26.7%) 2배가 넘었다.

 

5-6년 전에 관광 콘텐츠 전공인 중국 유학생 그리고 관련 전문가와 서산 지역 일대를 팸투어 한 적이 있다. 크루즈 관광을 대비한 시장 조사 차원이었다. 중국 유학생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중국 관광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 관련 조사를 통해서 입증이 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오히려 구주나, 북미 지역의 관광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 자료에서 한국 방문 전에 관광 목적지로 한국 선호도를 보면, 선호한다는 응답이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었는데, 성별로는 남자(75.6%) 그리고 국적별로는 구주(80.7%)와 미주(78.5%)가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82.7%)의 한국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다음으로 50, 40, 60대 순이었다. 크루즈 상품 구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 기항지 관광 25.8%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크루즈 상품 가격’(22.9%), ‘크루즈 여행 기간’(16.4%), ‘출입국 편리성’(15.5%) 등이 순위를 차지했다.(2018년 조사) 무엇보다도 기항지에서 얼마나 관광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한 셈이다. 더구나 외국인들이 케이 컬처나 콘텐츠 때문에 오히려 한국 전통문화나 문화유산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궁중문화 축전의 경우에도 20%가 외국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2024년 상반기 역대 최고 외국인 방문객 비율을 보였고 전년 같은 기관과 비교할 때 34.5%증가했고 내국인은 오히려 30여만명 감소한 역설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더구나 재래시장을 더 좋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서산 지역의 글로벌 콘텐츠 자원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중국인들을 겨냥해서는 임경업 장군과 최치원 태수, 진린 제독, 정신보 등의 인연을 부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인들은 동방의 한국을 신선의 나라로 생각하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인들은 이순신에 대한 호감이 있으므로 해미성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 일본 관광객에는 서산마애삼존불, 부장리 고분군과 같은 백제 관광 자원 그리고 1994년 청일 해전의 현장 탐방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인들에게 청일 해전은 패배의 역사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덧붙여 백제 부흥군에 일본인들이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점도 착안해야 한다. 서구인들에게는 프랑스, 독일과 가로림만 그리고 대산반도 일원의 역사적 인연과 흔적을 현대적으로도 부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서산에서 부각한 인삼, 생강, 감태 등 일련의 건강 효능 상품에 대한 브랜드 구축도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개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나라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고 에너지를 받아가는 공간 체험이 되어야 한다.

 

2024 6월 정부는 2027년까지 방한 크루즈 관광객 연 100만 명을 유치하고, 관광객 소비지출 약 2,8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2024년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 입항한 크루즈선은 414척이었고, 크루즈 관광객은 81만명으로 2023년보다 3배나 증가했다. 전 세계 크루즈 관광객이 약 1.13배 증가한 것을 볼 때 큰 성장폭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5 1일부터 준모항 도입이 이뤄진다. 이는 탑승부터 귀환까지 이뤄지는 본격적인 크루즈 관광의 첫발이다. 외국 선박이 잠시 들러보는 기항지 관광 소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제주의 강정항이 준모항 역할을 하는데 점차 대산항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완전한 모항이 될 수 있도록 완벽한 관광/문화 소비콘텐츠의 구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로컬라이제이션이다. 지역을 통해 세계적인 크루즈 관광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대산항을 서산항으로 이름만 바꾸는 형식적인 조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관광 콘텐츠 향유와 소비를 이끌어가는 대안이다.